예민한 것이 아니고 섬세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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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까운 친구가. 최근에 사업을 시작했다. 모든 것을 혼자서 스스로 하나씩 일구어 나가는 것을 옆에서 전부 다 지켜보았기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겉으로나 마음으로나 열심히 지지를 해주었고 응원을 해주었다. 사업은 잘 되었다. 친구에게 지지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지고 수입도 늘어났고 따라서 또 더욱 바빠지기도 했다. 너무 바쁜 것을 알기에 매일 오던 연락이 잦아들어도 이해를 했다. 처음에는 섭섭했던 감정이 '원래 바쁘면 그렇지' 하면서 무뎌지고 바쁜 와중에도 연락을 해주려는 노력이 감사하기도 했다. 바쁜데도 연락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채용한 직원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밴드를 관리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연히 가까운 친구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밴드니 관리가 잘 되었으면 했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사업인 만큼 소통이 잘 이루어졌으면 했는데, 채용됐던 직원은 오로지 본인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기를 원하는 것 그 이상으로 사장인 친구에게 더욱더 관심을 보이고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고객 입장으로 보았을 때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당연히 밴드의 소통은 줄어들었다. 고객이 우선이 아닌 직원이라면 누가 밴드에서 소통을 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친구에게 말을 전해줄까 하다가 하루는 밴드에 남겼던 내 후기를 캡처해서 내가 없던 단톡방에 올렸다고 미안하다고 다짜고짜 1:1 대화가 왔다. 먼저 말이라도 하고 올렸다면 덜 당황스러웠을 텐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단톡방의 내용이 내 글을 비난하거나 욕을 하기 위해 캡처해서 올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일이었다. 내가 직원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테니까. 적어도 먼저 물어봤거나 아니면 밴드에 '~님'도 똑같이 해놓으셨더라고 전달만 했을 것이다.

친구와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작은 다툼이 생겼다. 서로의 입장 차이로. 친구는 내가 예민한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공개로 올린 글 캡처해서 올린 것이 그렇게 화가 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친구의 말도 일리는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사장님인 친구와의 친밀한 관계가 아닌 내가 고객이 되었을 때의 입장에서 화가 났다는 건데 왜 이걸 예민함으로 몰아가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캡처해서 올린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직원은 이런 분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일 뿐이니까. 직원의 역할에 충실한 거였을 테니까. 그렇지만 만약에 내가 친구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고 고객이었다면? 정도는 다르겠지만 작게는 당황스럽다부터 시작해서 큰일로 만드는 사람까지 나올 경우의 수도 있다. 세상은 여러 사람이 있는 법이니까. 나는 그 부분이 우려스러워서 주의를 달라고 직원분에게 말씀을 드리기까지 했다. 나는 단지 친구의 일을 존중하고 아껴주었을 뿐인데.

 

친구가 누구랑 일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까. 너랑 나랑은 가까운 사이지만 저 직원으로 인해서 질투가 나거나 우리의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워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너의 일에 차질이 생길까 해서 미리 경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기분은 좋지 않으니 알아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예민한 사람 취급해버리면 내 기분은 누구한테 전하냐고 하니 그때서야 아차 했는지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섬세한 배려와 예민함 그 차이를 조금만 더 알아주었다면, 친구도 섣불리 나 의도를 예민한 감정으로 취급하지 않았을 텐데 조금은 아쉬웠다. 나는 내가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뭐든지 겉으로만 봤을때는 무엇이든 무던하게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넘기는 성향이라 내가 예민한 기질이 아닌 둔한 성격이라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기엔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내 마음이 다치는 일이 너무 많아지고 점점 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더 이상 다가올 수 없게 어느 부분은 선을 그어놓고 꼭 벽을 친 것처럼 마음의 문을 꼭 잠가 놓는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다가 최근 상담도 많이 받고 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기질이 예민해서 그러한 부분을 되려 숨기려 모든 것을 둥그스름하게 나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게 되니 조금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불편한 부분이 발생하면 어떤 포인트에서 내가 불편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 너는 참 사람을 편하게 해 준다는 소리를 듣거나, 본인이 다른 사람이 불편해하는 걸 못 견뎌서 되려 편하게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잘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여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하며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민함은 즉 섬세함. 타인을 이해할 줄 알고 깊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더 나아가서 넓은 시야로 관계를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이니 너무 내면의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예민한 기질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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