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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이야기

메다카 세 마리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by 벨메리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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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로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흔히들 말하는 물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시작은 열대어인 베타. 꼬리지느러미가 레이스처럼 나풀거리고 색상은 화려한 하프문 베타를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베타 항만 네 개. 거기다 요즘 마니아층에서 일반 대중에게도 조금씩 인지도를 얻고 있는 일본 송사리인 메다카를 키우고 있다. 왜 베타로 처음 물생활을 시작했는지는 나중에 서술해야지. 사파이어 메다카와 오로라 황라메 메다카 메다카 어항만 총 두 개. 관리하고 있는 어항만 여섯 개이다.

메다카는 일본에서는 꽤 대중적인 관상용 송사리로 자리 잡혀 수많은 개체들이 있고 많은 브리더들이 여러 가지 품종을 개발해 왔고 개발 중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에 medaka라고 검색만 해봐도(아직 한국어로 검색하면 종류나 자료가 많이 나오질 않는다.) 엄청 화려한 외형을 가진 송사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꼭 잉어의 축소판 같지만 또 잉어보다는 귀여운 모습이라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수반에서도 키울 수 있어서 집안에 덩그러니 수반을 들여다 놓고 수초 하나 올려놓으면 마치 집안에 미니 연못이 하나 생긴 기분이라 조금 색다르기도 하다. 녀석들은 먹이사슬 최약체인 탓에 번식도 쉽다. 조건에 맞는 사육환경만 주어지면 누구나 브리더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새로운 형질을 가진 개체를 브리딩 할 수 있다. 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녀석들이 포도송이 같은 알을 달고 헤엄치는 모습을 보거나 수초나 산란상에 붙은 알을 떼어내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초를 조심히 뒤집어 가면서 알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찾았을 때의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아무튼 기다리던 알을 떼어내는 것과 알에서 치어들이 부화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생활이긴 하다.

 

메다카의 외형에 따라 여러 개체와 종류 특성들이 있는데 아직 입문 수준이라 확실히 종류나 특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저 3 급수에서도 살 수 있는 송사리 종류이며 딱히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키울 수 있는 어종이라고 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웬걸, 지난번 용궁 보낸 율리시즈 메다카에 이어서 사파이어 메다카의 상태가 좋아 보이질 않았다. 앞 지느러미가 활짝 펼쳐져서 헤엄을 쉽게 칠 수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접혀 있었다. 처음엔 한 마리였다가 시간이 지나니 두 마리로 늘어났다. 지느러미 두 쌍이 완전히 접히자 중심을 못 잡고 자꾸만 어항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메다카의 반짝이는 비늘이라고 불리는 일명 라메의 푸른빛도 하얗게 질린 듯 색이 다 빠져 버렸다. 앞전에도 용궁을 보낸 전적이 있기에 느낌이 좋지 않아 격리를 시켜 놓았는데, 결국 다음날 아침 용궁으로 가버렸다. 그다음으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은 녀석을 또 격리를 시켜주고 출근 준비를 했다. 당장 약욕을 시켜줄 약품도 없었고, 퇴근하고 빨리 사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담담해 지려 했지만 실상은 그러질 못했다. 출근 준비하는 내내 어항을 들여다 보고 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결국 출근 시간까지 겨우 몇 분 남겨놓고 회사에 도착을 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내리는 층수도 누르지 않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버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억울함과 약간의 슬픔과 자책감 같은 것들이 뒤섞였다. 남들은 잘 키우는 것 같았는데 왜 나는 잘 키우지를 못할까. 관심을 덜 줘야 하는 걸까. 먹이를 덜 줘야 했던 걸까. 환수를 더 자주 했어야 했나, 내 기준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느꼈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남들은 쉽게 키우는데 나 에게만 특별한 과제가 된 거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 괜히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해둔 카페에 들락거리며 사람들이 키우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그동안 나의 사육 습관을 되돌아보았다.

물고기들의 갑작스러운 질병의 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주거환경이 나빠서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사파이어 메다카가 알을 달았고, 신이 난 나머지 냉동 브라인 쉬림프를 자주 그리고 많이 급여하기는 했다. 거기다 사료도. 냉동브라인쉬림프가 물고기들의 성장에는 아주 좋지만 먹고 남은 찌꺼기들을 치워주지를 않으면 수질이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청소는 뒤로 미룬채 빨리 알을 다는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보고싶어서 신나게 냉동브라인쉬림프를 다량으로 급여한 것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어항 청소는 제대로 하지 않았고 물고기들의 똥과 먹이 찌꺼기는 바닥에 쌓여가는 데다가 어항 물의 양은 점점 줄어들어가니 당연히 수질이 악화 될 수 밖에. 자연스럽게 메다카들의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내가 만들어 주고 있었다.

거기다 남들은 쉽게 키운다고 섣부르게 판단까지 했으니 정말 생명을 키울 자격이 없는 거처럼 느껴졌다. 남들이 어떻게 키우고 말고는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부분이 아니었는데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함부로 결정을 지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반성을 하고 나자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약국에 들러 약욕 치료를 할 약품을 사서 마지막 남은 물고기를 치료를 해 주었지만 결국 또 죽어버렸다. 하지만 아침만큼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부족한 것을 인정을 했고, 어떤 것이 원인인지 알게 되었으니 메다카의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생명이 죽음으로 인해서 내가 반성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세 마리 메다카의 죽음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안겨 주었다. 함부로 남들의 행동을 판단하지 말고 결론짓지 말 것. 그 아래에 어떤 노력이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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